거래소를 향한 SEC의 규제와 공격 ②
이전 글에서는 최근 전세계 크립토 시장을 뒤흔들며 많은 투자자들을 걱정하게 만든 사건, 바로 SEC와 바이낸스 간의 법적 소송에 대해 살펴보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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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또 다른 공방을 이어가고 있는 코인베이스의 소송 진행 상황을 알아보고, 바이낸스 사건과의 비교를 통해 두 거래소를 향한 법적 논쟁에서 유사한 점 또는 다른 점은 무엇인지 함께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SEC vs 코인베이스, 미국 거래소도 예외는 없다
코인베이스(Coinbase)는 2012년에 설립된 미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로, 미국 나스닥에 상장되어 있습니다. 수 백만 명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코인베이스는 월 평균 약 480억 달러(약 61조 원)의 거래량을 기록하고 있으며 거래 서비스 뿐 아니라 지갑, 스테이킹, 수탁 서비스 등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특히 코인베이스는 기관 투자자들이 많이 사용하는 거래소인데요. 코인베이스는 기업과 기관들을 위한 전용 서비스인 코인베이스 프라임(Coinbase Prime)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당국의 규제를 준수하는 방향으로 운영되는 코인베이스는 본사를 미국 내에 두고 암호화폐 시장의 제도화 움직임에 협조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SEC는 왜 코인베이스를 향해 소송을 걸었을까요?
SEC는 코인베이스의 스테이킹 서비스인 코인베이스 언(Coinbase Earn), 기관용 서비스인 코인베이스 프라임, 자산을 보관하는 코인베이스 월렛, 그리고 코인베이스 거래소에 상장 되어 있는 암호화폐에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먼저 코인베이스에서 취급하는 암호화폐 중 최소 13개 이상의 암호화폐가 ‘가상자산 증권’에 해당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코인베이스가 스테이킹 서비스를 통해 미등록 증권을 판매했고, 이 역시 증권법 위반 혐의가 적용 된다는 것인데요. SEC는 코인베이스가 그동안 이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절차를 따르지 않고 운영했으며, 증권 시장에서 통상 분리되는 거래소, 브로커, 청산 기관 역할을 동시에 해왔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운영을 통해 코인베이스는 투자자 이익보다 자사의 이익을 추구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SEC와의 법적 분쟁이 시작되면서 코인베이스는 일주일 사이 주가가 12% 하락하고, 유동성이 16% 감소하는 상황을 면치 못했는데요. 이번 분쟁에 대해 코인베이스 역시 바이낸스와 마찬가지로 SEC가 제기한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코인베이스의 브라이언 암스트롱(Brian Armstrong) 최고경영자(CEO)는 현재 상황에 대해 "고객 자금은 안전하며, 필요하면 언제든지 인출할 수 있다"고 말했고, 코인베이스에서 거래 되는 항목은 증권이 아니므로, 별도의 등록 절차가 필요하지 않으며 상장 폐지 계획은 없다고 했습니다. 또한 지난해 코인베이스는 SEC 측의 사업 관련 질문들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며 응답했으나, 돌아오는 피드백은 없었다고 전했습니다.
출처: 코인베이스 공식 트위터, @coinbase
비슷한 듯 다른 두 거래소의 상황
세계적인 거래소 바이낸스와 코인베이스를 겨냥한 SEC의 소송은 암호화폐 산업과 규제 당국 간의 긴장 관계를 대변하며, 향후 암호화폐 산업의 규제 방향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가운데 바이낸스와 코인베이스 사건의 소송 결과 및 전망에 대해 사뭇 다른 의견들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SEC와 두 거래소 간의 법적 분쟁이 일어난 배경과 원인에는 차이가 있기 때문인데요. 두 사례는 어떤 차이점이 존재할까요?
먼저 두 거래소 모두 증권법 위반의 혐의가 공통적으로 적용되긴 했으나, 바이낸스는 코인베이스보다 더 넓은 범위의 혐의가 적용되어 기소 되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일례로, 코인베이스에는 사기 혐의가 적용되지 않았지만, 바이낸스에는 적용되었습니다. 또한 바이낸스는 미등록 거래소를 통해 미국 고객을 상대로 우회 영업을 했다는 혐의가 적용되었으나, 코인베이스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또한, 코인베이스는 기소 대상이 코인베이스 법인에 한정된 반면, 바이낸스의 경우 CEO인 창펑자오 개인까지 기소 대상에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서 다릅니다. SEC는 창펑자오가 고객들의 자금과 회사 사업 자금을 분리하지 않은 채 사용했고, 이를 유용했다는 혐의로 기소하였습니다. 즉, SEC의 주장은 바이낸스가 저지른 사기행위에 CEO 창펑자오가 깊숙히 관여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만일 바이낸스에 제기된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암호화폐 시장은 또 한 번 약세장을 맞이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러한 상황을 두고 업계는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의 암호화폐 산업 발전에 필요하다 여겨지는 규제안의 마련 과정이라는 측면에서, SEC의 거래소 규제 움직임을 유의미한 것으로 바라보는 관점도 있는데요. 이번 소송의 판결에 따라 암호화폐를 증권으로 분류하는 기준과 거래소의 역할이 명확하게 재정의되고, 중앙화 거래소의 투명성도 더욱 높아지는 효과가 발생할 수 가능성도 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암호화폐 시장과 업계에 대한 일방적인 통제와 압박이 아닌, 일관성 있고 명확한 규제안이 마련 되어 암호화폐 업계와 투자자들에 대한 정당한 보호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