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Ripple)사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사이의 법정 공방이 벌써 2년을 넘어가며 지루한 시간을 보내던 중 새로운 소식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바로 2023년 5월 17일 SEC의 ‘힌먼 연설(Hinman Speech)’에 대한 비공개 요청을 미국 법원이 기각한 사건이 발생한 것인데요. 이와 동시에 리플($XRP)은 단기간 급등하며 다시금 시장에서 주목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힌먼연설이 무엇이길래 리플의 가격이 크게 반응했던 것일까요?
Part 1. 리플과 SEC, 전쟁의 서막
SEC는 미국 시장에서 시세조작, 허위사실 유포, 차명계좌를 이용하는 작전이나 불법 공매도 등을 적발하는 감독 기구이며, 주로 증시에 대한 감시 감독을 진행합니다. SEC는 2020년 12월경 리플사와 리플사의 CEO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소송을 제기한 SEC의 주장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리플사가 리플의 초기 배분 당시 증권 형식으로 판매하며 자금을 조달하였지만, 증권으로 등록하는 과정 없이 투자금을 통해 돈을 벌었다”는 것이었는데요.
즉, 일반적으로 증권성을 판별할 때 사용하는 ‘하위 테스트(Howey Test)’의 기준을 적용한 결과, 리플을 증권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 돈이 투자되고
- 그 돈이 공동 사업에 쓰이며
- 투자에 따른 이익을 기대할 수 있고
- 그 이익은 타인의 노력으로 만들어진다.
위 기준을 충족할 경우 ‘증권성’이 있다고 판단합니다.
리플사는 이러한 주장에 즉시 반박하였고 근거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거래소 상장 시 SEC의 지침과 조치를 따랐으며 리플을 발행하고 판매했을 당시에는 아무말도 없었다”
“리플은 하위테스트의 기준 중 극소 부분만 충족하며 이미 광범위한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고, 지금까지 리플사는 리플 판매와 관련된 약속을 하지 않았다. 따라서 어떤 보유자, 거래자도 계약에 얽매이지 않는다.”
이렇게 명확한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며 공방이 진행되었고, 그러던 중 ‘힌먼 연설’이 이슈가 되며 이 소송전의 실마리로 부상하기 시작했습니다.
Part 2. 힌먼 연설이란?
윌리엄 힌먼(William Hinman)은 전 SEC 기업금융부서 총괄로 재직했던 인물로, 재직 기간동안 야후 파이낸스 올마켓 서밋에 참여하여 공개 연설을 통해 “이더리움은 증권이 아니다.”라는 발언을 한 바 있습니다.
이 사실이 왜 중요할까요?
바로 이 연설자료를 토대로 리플측은 “왜 이더리움은 증권이 아닌가? 명확한 기준이 있다면 공개하라”는 주장이 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소송을 제기한 SEC가 오히려 이더리움이 증권이 아닌 이유와 리플사를 소송한 이유를 재정립해야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죠. 또한 이를 명확하게 해명하지 못할 경우 애초에 소송전 자체가 성립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합니다. (리플이 증권이라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하였지만, 크립토가 증권이라는 것을 판단할 기준 자체가 없는 것이 되기 때문입니다.)
즉, 힌먼 연설은 리플사와 SEC의 소송전 승패에 큰 영향을 주는 매우 중요한 자료로 인식되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주목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SEC는 계속해서 힌먼 연설의 내용 공개를 거부하였고, 리플사는 법원을 통해 공개 요청을 지속하면서 오히려 공방이 역전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됩니다.
2022년 1월 사라 넷번 치안 판사는 증거 개시 절차의 일환으로 해당 문서를 리플사에 공개해야 한다고 판결하였으나 SEC는 계속해서 거부하며 결국 2022년 12월 이에 대한 ‘봉인(비공개)’을 법원에 신청하였습니다. 힌먼 연설이 법원의 약식 판결 결정과 관련이 없는 문서이며, 정보에 대한 접근 권리보다 임무(비밀유지)가 더욱 중요하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그러나 2023년 5월 17일 지방법원의 아날리사 토레스 판사는 이 문서가 대중의 접근이 강력하게 전제되는 ‘사법 문서’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즉, SEC의 주장과는 달리 힌먼 연설의 내용이 법원의 판결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 본 것입니다. 또한 2022년 1월 사라 넷번 판사의 판결에서와 같이, ‘힌먼 연설문은 기관의 입장, 결정, 정책과 관련이 없어 심의 절차 특권에 보호되지 않으며 이러한 문서를 봉인하는 것은 기관 내 개방성과 솔직함을 유지하는 것과 관련이 없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Part 3. 앞으로의 소송전 향방은?
SEC와 리플사의 소송전은 비단 리플에만 한정된 이슈도 아닙니다. 최근 SEC의 크립토 규제에 대한 공격적인 행보는 크립토 시장을 위축시키기도 하였으며 이러한 상황에서 이번 소송전의 결과는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SEC가 승소한다면 암호화폐 시장은 큰 규제의 벽에 부딪치게 될 확률이 높아지며, 리플사가 승소한다면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더라도 ‘규제 기준’에 대한 명확성을 확보할 수 있고, 이에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얻을 수 있는 중요한 순간이 될 것입니다.
물론 아직 힌먼 연설이 공개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리플 커뮤니티는 현재의 흐름을 매우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그러한 분위기가 가격의 상승으로 나타나기도 하였습니다. 힌먼 연설문이 공개된다면 시장에는 다시 한 번 큰 변동성이 발생할 수 있으며, 소송의 결과를 미리 예측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