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체인데이터로 확인하는 시장의 현위치
비트코인이라는 자산을 바라보는 시각은 굉장히 다양합니다. 혁신적인 가치 저장 수단이자 결제 수단이라 평가하는 사람도 있고, 가치가 없는 데이터 조각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비트코인의 내재가치를 평가하는 방법론은 현재로서 명확히 존재한다고 보기 어려우며, 이는 다양한 가치평가 방법론이 자리잡은 전통금융시장과의 차이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 시장에서도 가치평가를 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는데요. 비트코인의 경우 자산의 과거 가격흐름, 현재와 과거 보유자들의 움직임 등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상대 가치를 도출해볼 수 있습니다.
주식시장과 같은 전통금융시장에서는 모든 거래 내역을 추적하고 분석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그러나 비트코인과 같은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들은 자산의 보유나 이동과 같은 트랜잭션(거래 내역)이 블록체인 상에 모두 기록되며, 이렇게 블록체인 상에 기록된 트랜잭션 데이터를 ‘ 온체인 데이터(On-chain Data)’라고 합니다. 온체인 데이터는 투명하게 공개되므로 누구나 이를 열람할 수 있기 때문에, 공개된 온체인 데이터를 분석 및 가공하여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의 가치를 평가하거나 가격 흐름 예측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현재 비트코인의 온체인 데이터 지표들의 상황은 어떠하며, 비트코인의 가격 흐름을 어떻게 바라볼 수 있을까요? 오늘은 비트코인의 대표적인 온체인 데이터 지표인 ‘MVRV 비율’과 ‘지갑 내 보유자산 크기별 움직임’을 통해 시장의 현 위치를 분석해보겠습니다.
MVRV 비율 (Market Value / Realized Value)
MVRV는 비트코인 온체인데이터 중 가장 기본적으로 많이 활용되는 지표중 하나입니다.
MV는 현재 비트코인의 시가총액(Market Value), RV는 비트코인의 실현 시가총액(Realized Value)로, MVRV 비율은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을 실현 시가총액으로 나눈 값입니다.
MVRV 비율 지표의 구성요소중 시가총액은 친숙한 개념으로 [비트코인의 현재가격 * 유통량]으로 계산할 수 있습니다만, 다소 생소한 ‘실현 시가총액’이라는 개념을 이해해야 MVRV 비율의 의미를 해석할 수 있습니다. 실현 시가총액이란, [해당 비트코인이 마지막으로 움직인(전송된) 시점의 가격 x 유통량]으로 계산할 수 있으며, 각 비트코인 보유자들이 비트코인을 얻은(구매, 채굴 등을 통해) 시점의 가격으로 계산한 시가총액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래와 같은 가정을 통해 실현 MVRV 비율의 개념을 쉽게 이해해보겠습니다.
- 비트코인 전체 시장 참여 인원이 A, B, C 3명이라 가정
- 2023년 1월 1일 A,B,C는 채굴을 통해 10 BTC 씩 받았고, 당시 비트코인의 가격은 10,000 USD
이 때 2023년 1월 1일의 시가총액(MV)은 30 BTC * 10,000 USD = 300,000 USD입니다. 그리고 실현시가총액 역시 30 BTC * 10,000 USD = 300,000 USD입니다. 비트코인이 ‘마지막으로 움직인 시점’이 채굴 보상이 발생한 1월 1일이기 때문에 1월 1일의 가격을 적용해 실현 시가총액을 계산한 것이죠.
따라서 2023년 1월의 MVRV 비율은 300,000 USD / 300,000 USD = 1이 됩니다.
그 후 2023년 6월 1일이 되어 아래와 같이 시장의 변화가 일어났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 비트코인 가격이 20,000 USD로 상승
- A는 갖고있던 10 BTC를 B에게 전송하여 A는 0 BTC, B는 20 BTC, C는 10 BTC 를 보유하게 됨
이 때 6월 1일의 MVRV 비율은 어떻게 될까요?
먼저 6월 1일의 시가총액(MV)은 30 BTC * 20,000 USD = 600,000 USD 입니다. 그리고 실현 시가총액(RV)은 (20 BTC * 10,000 USD) + (10 BTC * 20,000 USD) = 400,000 USD 입니다. 실현 시가총액 계산 과정을 들여다보면, 먼저 B와 C가 기존에 갖고 있던 10 BTC씩의 물량은 1월 1일 채굴 이후 전혀 움직이지 않았으므로, ‘마지막으로 움직인’ 시점인 1월 1일의 가격 10,000 USD를 적용하고, A가 B에게 전송한 10 BTC의 물량은 마지막으로 움직인 시점이 A→B 전송 시점인 6월 1일이므로, 6월 1일의 가격인 20,000 USD를 곱한 것입니다.
따라서, 6월 1일의 MVRV 비율은 600,000 USD / 400,000 USD = 1.5가 됩니다.
즉, 1월 1일보다 6월 1일에 비트코인 가격이 상대적으로 고평가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시가총액(MV)과 실현시가총액(RV)을 비교한 MVRV 비율 지표를 통해, 아래와 같이 비트코인의 현재 상대적인 고평가/저평가 여부를 판단하는데 활용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과거 사례를 보면, MVRV 비율이 1보다 낮은 구간에서 비트코인은 추가 하락이 제한된 저점을 형성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그렇다면 1보다 높은 구간은 무조건 고평가 지점, 매도시점으로 해석해야할까요?
위 그래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무조건 그런 것은 아닙니다. 4년 주기로 돌아오는 비트코인의 반감기를 따라 MVRV 비율의 평균은 1.7수준이었는데요. 이 기준점이 가격의 상승 전환되는 시점이 되는 경우도 존재했습니다.
📌 MVRV 비율 지표로 보는 현재 시장의 위치는?
- 현재 MVRV는 1 이상이기 때문에 현재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은 실현 시가총액 대비 저평가 상태는 아닙니다.(가격비교)
- 하지만 현재 MVRV는 4년주기 평균보다 낮게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지난 과거 대비 저평가 상태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시간비교)
지갑내 보유 자산 크기에 따른 행동 분석
비트코인 시장에서 가격에 직접적으로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주체는 소위 ‘고래’로 표현되는 보유량이 많은 개인 또는 기관일 것입니다. 소액 보유자들의 매매가 시장 영향력이 없는 것은 아니나, 일반적으로는 보유량이 많은 주체의 움직임이 시장에 더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은 자연스럽습니다. 따라서, 많은 비트코인을 보유한 ‘고래’들이 어떤 행동을 취하고 있는지 참고하는 것은, 향후 시장의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유추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 할 수 있습니다.
위 차트는 1 BTC 이하를 보유한 지갑군들의 비트코인 보유량 변화를 보여주며, 붉은색을 띌수록 해당 시기에 보유량을 늘린 것이고 푸른색을 띌수록 보유량을 줄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보이는 것과 같이, 푸른색이 눈에 띄지 않는 것으로 보아 소액 보유자들은 지속적으로 보유량을 늘리고 있습니다. 따라서, 소액 유저들의 움직임을 통해 시장의 분위기를 해석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1,000 BTC~10,000BTC 를 보유한 지갑(위)이나 ,10,000 BTC~100,000 BTC를 보유한 지갑(하)과 같이 대량을 보유한 ‘고래’들은 시장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보유량을 늘리거나 줄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즉, 이러한 고래들의 움직임이 왜 발생하는지 분석함으로써, 비트코인 가격 움직임을 추론하는데 활용할 수는 있으며, 예를 들면 아래와 같은 추론이 가능할 것입니다.
- 가격이 올라가고 있지만 고래들이 보유량을 줄이고 있다. → 현 가격을 고점으로 판단하고 차익실현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 그렇게 판단한 이유는 무엇일까?
- 가격이 내려가고 있지만 고래들은 보유량을 늘리고 있다. → 현 가격을 저점으로 판단하고 매집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 그렇게 판단한 이유는 무엇일까?
고래 보유량 변화의 과거 흐름 역시 참고할 수 있습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일 수 있으나 대체로 상승 및 반등이 진행되기 전 대형투자자들은 보유량을 늘리곤 하였습니다. 반대로 고점 또는 하락의 시작 구간에서는 고래들은 오히려 보유량을 줄였죠.
물론 ‘고래들이 보유량을 늘리고 있기 때문에 곧 상승할 것이다’는 단순하고 섣부른 결론을 내려 투자 의사결정을 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시장에 기민하게 반응하던 고래들이 움직이는 데는 이유 혹은 근거가 있을거라는 합리적인 판단 하에, 고래들이 어떤 이유로 움직였을지 추론해보는 것이 더욱 바람직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 지갑 내 보유 자산크기별 행동으로 보는 현재 시장의 위치는?
- 여전히 가격과 시장의 분위기는 약세론이 강하지만, 1,000 BTC 이상 보유중인 고래들은 보유량을 늘리고 있습니다.
- 가격을 선행하는 지표는 아니지만, 각 지갑군의 성격, 과거 행동들을 참고하여 투자의사를 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비트코인의 온체인데이터는 단기적인 가격 움직임이나 흐름을 특정하기보다 중장기적인 큰 흐름을 유추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투명하게 공개되는 온체인 데이터 특성상 거짓 정보나 속임수가 존재할 확률이 현저하게 낮으며, 실시간으로 계산된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같은 데이터를 두고도 해석에 따른 견해 차이가 존재할 수 있으며, 온체인 데이터만 참고하여 투자를 하기보다는 투자 의사 결정의 다양한 근거 중 하나로서 활용하는 것이 건강한 투자를 위한 방법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