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립토 허브로 도약 중인 홍콩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암호화폐 발행사들과 미국에서 영업 중인 가상자산 거래소를 연달아 기소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요. 이러한 흐름 상 미국 가상자산 시장이 당국의 규제로 인해 위기를 맞고 축소되고 있다는 주장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미국과 달리, 새로운 크립토 허브로 전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곳이 있으니, 바로 올해 6월 가상자산 시장의 재개방을 선포한 홍콩입니다.
미중 관계가 계속 긴장되고 있는 현재, 홍콩의 재개방 선언은 자국의 가상자산 산업을 부활시켜 글로벌 금융 허브로서 새롭게 성장하고 발돋움 하려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오늘날 가상자산 시장과 관련하여 명확한 규제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홍콩이 해당 산업 발전에 있어 어떤 행보를 보여 왔으며, 최근 홍콩 정부는 어떤 가상자산 관련 정책들을 발표하고 실행에 옮기고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홍콩의 가상자산 산업 발전 과정
홍콩의 가상자산 산업 발전 과정은 해당 시장에 대한 홍콩 정부의 태도 변화에 따라 크게 4가지 시기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2017년 이전의 홍콩은 가상 자산에 대해 기본적으로 중국처럼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는데요. 홍콩 규제 당국은 비트코인을 포함한 가상자산의 익명성이 자금세탁 및 불법 수금 등 각종 금융범죄에 활용될 수 있다고 판단했고, 가상자산은 절대 화폐로서 가치를 가지거나 사용될 수 없다고 명시했습니다.
2017년은 홍콩 정부가 자국의 가상자산 산업에 대해 정식으로 규제 및 관리를 시작한 시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2017년 9월 5일, 홍콩증권감독위원회는 “최초 토큰 발행에 관한 성명”을 발표하면서 ICO(Initial Coin Offering)을 통해 발행 및 판매되는 가상자산을 증권으로 간주하고 규제 해야 할 필요성이 존재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존에는 가상자산 산업을 지켜보기만 해왔다면, 이 시점을 기준으로 홍콩 당국은 해당 산업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 기대하면서도 잠재한 위험을 경계하는 태도를 보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2018년부터 2021년은 홍콩이 가상자산시장 에 대한 규제와 감독을 강화한 시기로, 규제 프레임워크 및 관리체제를 완성해나간 단계입니다. 이 시기 홍콩은 가상자산을 일종의 특수 금융상품으로 간주하고, 기존에 제정 되었던 증권 관련 법률을 기반으로 가상자산에 부합하는 법률을 세밀하게 적용함으로써 새로운 시장을 효율적으로 관리감독하는 체제를 마련했습니다. 또한 명확한 기준을 바탕으로 가상자산 거래소에 정식 라이선스를 발급하고 금융 규제 범위에 포함시켰습니다. 그러나 이 시기도 아직 홍콩이 가상자산 산업에 완전히 열린 태도를 취했다고 보기는 힘든데요. 정부는 증권 관련 법이 규정한 전문 투자자만 가상자산 시장에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했으며, 개인의 가상자산 거래 및 투자를 제한했습니다.
그동안 홍콩이 여전히 보수적인 정책들을 바탕으로 가상자산 시장을 쉽게 개방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2021년 이후로 Web3 내러티브의 흥행과 함께 홍콩은 국제 금융 허브로서 새로운 방식의 규제 정책을 펼치기 시작했습니다. 2022년 10월 31일, 홍콩 재무부는 본격적인 가상자산 시장 재개방 및 활성화를 선포했는데요. 이에 따라 개인 투자자에 대한 가상자산 거래 전면 허용 및 가상자산 관련 사업자 대상의 신규 라이선스 발급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또한 NFT, 암호화폐 기반 ETF, 홍콩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 *토큰화 녹색 채권 등 홍콩 가상자산 산업 발전을 촉진할 수 있는 사항들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적극 추진하는 등 변화를 꾀하기 시작했습니다.
*토큰화 녹색 채권: 홍콩 정부가 최초 발행한 8억 홍콩 달러(약 1,300억원) 규모의 토큰형 채권으로, 탄소 감축 또는 건물 에너지 효율화 등 녹색 산업 및 친환경 프로젝트에 투자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되었다.
홍콩 가상자산 시장 재개방 정책 동향
그렇다면 재개방 발표 이후, 올해 홍콩 정부가 발표하고 실행하고 있는 가상자산 및 블록체인 산업 관련 정책들은 구체적으로 무엇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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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한
예산 확보
우선, 홍콩 정부는 가상자산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데요. 올해 2월, 홍콩 재무부는 가상자산 및 Web3 산업 발전을 위해 7억 홍콩 달러(약 1,170억원) 이상의 예산을 배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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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투자자의 가상자산 거래 허용
지난 6월 1일, 홍콩은 개인 투자자가 거래소에서 가상자산을 거래할 수 있도록 허가 함으로써 본격적인 시장의 재개방을 알렸습니다. 현재 홍콩은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의 거래를 허용하였는데요. 앞으로 더 많은 종류의 가상자산에 대해 추가적으로 거래를 허용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홍콩금융관리국은 내년 말을 목표로 스테이블코인 규제 프레임워크를 마련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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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거래플랫폼(VATP) 라이선스 발급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와 홍콩통화청(HKMA)이 가상자산거래플랫폼(VATP) 라이선스 발행 및 감독을 시작했습니다. 해당 라이선스는 자금 세탁 및 테러 자금 조달을 방지하기 위한 시스템으로, 고객 신원 확인, 수상 거래 보고, 정보 공개 의무 등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SFC가 규정한 모든 조건을 준수하고 검사에 필요한 정보를 제출해야 하는데요. 이러한 과정을 거치고 현재 2개의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이 VATP 라이선스를 발급받았으며, 이 외에도 90곳 이상의 가상자산 서비스 제공자가 신청을 완료하여 심사를 대기 중이라고 SFC가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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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가
상자산 거래소 허가제 실시
홍콩 금융관리국(HKMA)은 재개방과 동시에 현지 가상자산 거래소 허가제를 실시했습니다. 이에 따라, 홍콩상하이은행(HSBC), 중국은행(Bank of China), 스탠다드차타드(Standard Chartered) 등 전통금융권 업계는 라이선스를 취득한 현지 가상자산 거래소를 대상으로 은행 서비스를 제공하고 적극 지원할 것을 요구 했는데요. 미국의 규제가 강화 되면서 현지 은행들이 가상자산 기업의 자금세탁 등 불법행위 관련 제소를 우려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홍콩 금융관리국은 현지 은행에 가상자산 시장 발전을 위해 협력할 것을 촉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실제로 홍콩 정부의 지침을 따라,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이 홍콩의 가상자산 거래소에 은행 계좌를 발급 했으며, 해당 거래소가 은행 계좌를 통해 직접 고객의 입출금 관련 작업을 처리할 수 있도록 지원에 나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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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및 해외 가상자산 사업자 공식 지원
홍콩은 해외 가상자산 기업들도 자국에 진출을 희망할 경우, 공식적으로 지원하겠다 선언했습니다. 이에 코인베이스 등 많은 글로벌 거래소가 홍콩 내 본사 이전 계획을 검토 하기도 했는데요. 특히 홍콩에 거주하는 중국인도 가상자산을 거래할 수 있게 되면서 중국 내 관련 수요가 홍콩으로 쏠리게 되었고, 중국 기업들은 분주하게 홍콩으로 눈길을 돌렸습니다. 그 중에도 중국 국영 보험회사인 중국태평양보험(CPIC)이 지난 홍콩 내에 가상자산 관련 펀드 2종을 출시하고, 중국은행국제유한공사(BOCI)가 이더리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홍콩에서 2억 위안 규모의 토큰 증권을 발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홍콩을 중심으로 새로운 시대 열리나
홍콩의 본격적인 가상자산 산업 재개방은 가뭄에 내린 단비와 같은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풍부한 자본 시장, 미래지향적 규제 프레임워크, 비즈니스에 개방적인 정책 등을 기반으로 홍콩은 글로벌 크립토 허브로 부상할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을 갖추고 있으며, 상호 공존하는 관계 속에서 홍콩은 가상자산 기업들과 공동 성장을 이루어낼 수 있는 이상적인 무대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홍콩을 중심으로 가상자산 시장은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조성되고 있는데요. 홍콩의 움직임이 중국 본토와 연관성이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홍콩의 재개방이 중국의 재개방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신호로 보고 있습니다. 홍콩이 중국의 시험대 역할을 함으로써 블록체인 산업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중국이 새로운 가상자산 규제를 마련할 때 참고 할 수 있고, 이전보다 낙관적인 태도를 취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때 가상자산 거래의 90% 이상을 차지했던 중국이 정책 기조를 전환하고, 중국 시장을 통해 가상자산 산업에 막대한 유동성이 공급되면 시장은 다시 상승세를 맞이할 가능성이 존재합니다.